시력을 훔쳐보자

2021. 12. 31. 15:24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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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 이어진다.

녹내장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한쪽 눈의 시력을 90퍼센트까지 훔쳐갈 수 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우리 모두에게는 각각의 눈 뒤편에 맹점(盲點), 즉 빛깔이나 색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원래부터 있다. 망막에 있는 이 부분은 신경 섬유가 한데 모여서 시신경을 이루는 곳으로,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없다. 하지만 뇌에는 '빈 곳의 색을 칠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맹점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뇌의 이러한 능력 때문에 녹내장이 눈치채기 어렵기 찾아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명한 안과 의사인 아이언 골드버그는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녹내장은 몰래 찾아오는 시력 도둑이라고도 하는데, 녹내장에 걸려도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녹내장은 서서히, 차근차근, 그리고 경고도 없이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 조직에 손상을 입힌다. 눈에 눈물이 잘 자는지, 눈이 건조한지, 읽고 쓸 때 잘 보이는지 하는 것들은 녹내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눈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다 하더라도 매우 심각한 녹내장에 걸려 있을 수 있다.'

시력 도둑을 잡아내자

불행히도 단 한 번의 종합 검사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안압계라는 기구를 사용하여 눈 속의 유체 압력을 체크하는 것으로 검사를 시작하게 될 텐데, 우선 안압계로 각막 즉 눈의 앞부분을 지그시 눌러 평평하게 한다. 그런 다음 이렇게 하는데 얼마나 되는 힘이 필요한지를 측정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안압을 측정할 수 있다. 안과 전문이는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 조직 가운데 손상된 조직을 식별해 내는 도구를 사용해 녹내장의 조짐을 알아볼 수도 있다. 눈의 뒤쪽에 있는 신경 섬유나 혈관의 모양에 이상이 없는지를 살펴보게 되는데, 모양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신경이 손상을 입고 있다는 표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녹내장은 시야 검사로 진단할 수도 있다. 골드버그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검사를 받는 사람은 흰 빛이 비치는 얕은 사발처럼 생긴 기구를 보게 될 텐데, 그 안에는 작은 점 만한 더 밝은 흰 빛이 있습니다. 그 조그만 흰 빛이 보일 때에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그 흰 빛이 시야의 바깥쪽 가장자리에 있을 때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녹내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이 다소 지루한 진단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들이 이미 개발 중에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위험할까. 여기 40대 초반의 건강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 안경을 맞추기 위해 검사를 하러 검안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검사를 받는 동안 검안사가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는지 내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안과 전문의를 소개받았고, 그는 내가 녹내장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골드버그 박사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녹내장에 걸린 사람은 녹내장에 걸릴 위험성이 세 배 ~ 다섯 배로 높아진다고 한다. 형제나 자매가 녹내장에 걸린 경우는 녹내장에 걸릴 위험성이 다섯 배 ~ 일곱 배로 높아진다. 미국 녹내장 재단의 또다른 박사는 보이지 않는 다른 위험성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45세 이상이며 아프리카계 사람이나 그 밖의 다른 위험 요소들을 가지고 있거나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거나, 근시, 당뇨, 혹은 이전에 눈에 상처를 입은 적이 있거나 코르티손 혹은 스테로이드 제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매년 눈 검사를 받아야한다. 설령 그러한 위험 요소들이 없고 나이도 45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그 재단에서는 4년에 한 번씩 녹내장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45세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치료를 해서 이겨낼 수도 있겠다. 조금 전에 예시를 든 40대의 한 건강한 남성은 매일 한 차례 씩 특수한 안약을 사용했다. 그 안약은 안구에서 방수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또한 원래의 방수 배수구가 있는 곳과 가까운 눈 앞쪽에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열 개가량의 작은 구멍을 뚫는 치료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한쪽 치료를 받을 때는 긴장되고 불안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며칠 후 반대쪽 눈의 치료를 받을 때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의사에게 맡기고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망막의 손상이 크지 않으면서, 주변 시력이 여전히 온전하다면, 매일 안약을 넣는 것만 지킨다면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몰래 찾아오는 시력 도둑'이 우리의 시력을 훔치려고 한다. 아직 한 번도 녹내장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면, 특히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 중에 속한다면, 의사에게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녹내장으로 인한 손상은 조기에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상당히 많이 예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두 보물이 도둑맞지 않도록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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